필름 카메라로 일상을 찍기 시작한 후 달라진 것들

필름 카메라 취미

📷 필름 카메라를 들기 전,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글을 쓰게 된 건 사실 별거 아닌 순간 때문이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 편의점 앞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노란 꽃이 피어 있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자리에서 혼자 열심히 피어 있더라고요. 스마트폰을 꺼내서 찍었는데, 찍고 나서 보니까 뭔가 아쉬웠습니다. 분명히 예쁜 장면이었는데, 화면 속 사진은 그냥 평범한 꽃 사진이었어요. 그때 친구가 옆에서 그랬습니다. “야, 너 필름 카메라 한번 써봐. 이런 거 찍으면 진짜 다르게 나와.”

처음엔 흘려들었습니다. 필름 카메라라니, 귀찮지 않을까. 현상은 어디서 하지. 비싸지 않을까. 서른여덟 살 직장인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기엔 생각보다 마음의 문턱이 높더라고요. 근데 막상 그 말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주말, 그냥 중고 거래 앱을 켰고, 오래된 필름 카메라 하나를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 처음 필름 카메라를 들었을 때 — 생각보다 훨씬 낯선 감각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 산 카메라는 미놀타 계열의 작은 기종이었습니다. 가격도 부담 없었고, 모양이 귀여웠거든요. 근데 카메라를 받아서 손에 쥐는 순간,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버튼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필름은 어떻게 넣는 건지, 심지어 플래시는 어떻게 켜는 건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스마트폰처럼 켜면 바로 찍히는 게 아니잖아요. 뭔가를 ‘준비’해야 찍히는 카메라를 만진 건 아마 십수 년 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필름 넣는 것도 한 번 실패했습니다. 제대로 안 걸었는지, 필름이 당겨지지 않아서 그냥 빈 셔터만 눌렀던 거예요. 한 롤을 거의 다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필름을 꺼내보니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허탈함이란. 한 달 가까이 찍었던 사진들이 그냥 사라진 거니까요. 울고 싶었습니다. 아니, 진짜로 조금 울었어요.

그래도 포기 안 한 건, 그 실패 전에 현상소에 맡겼던 첫 번째 롤이 너무 예뻤기 때문입니다. 인화된 사진을 봉투에서 꺼내던 순간, 그 감각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내가 찍은 사진인데, 어딘가 낯설고, 어딘가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데, 근데 또 분명히 내 일상이 담겨 있는 그 느낌. 뭔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 필름 카메라를 쓴 후 달라진 것들 — 좋았던 점들

하나. 찍기 전에 한 번 더 보게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그냥 찍었습니다. 흔들리면 다시 찍으면 되고, 마음에 안 들면 삭제하면 되니까요. 근데 필름은 달랐습니다. 한 롤에 보통 서른여섯 장이거든요. 그게 다예요. 그 안에서 낭비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드니까, 셔터를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보게 됩니다. 빛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배경이 너무 복잡하진 않은지, 내가 지금 뭘 기억하고 싶은 건지. 그런 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사진 실력 얘기가 아닙니다. 삶을 바라보는 방식의 얘기입니다. 하루에도 몇백 장씩 찍어대던 제가, 이제는 한 장 찍기 전에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 잠깐의 멈춤이 쌓이면서, 일상을 더 천천히 보게 된 것 같습니다.

둘. 기다리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필름을 다 채우고 현상소에 맡기면, 보통 며칠을 기다립니다. 이게 처음엔 답답할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오히려 설레는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뭘 찍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있고, 어떻게 나왔을지 전혀 모르는 것도 있으니까요. 사진을 받아보는 순간이 마치 작은 선물 봉투를 여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직장 생활이 바쁘다 보니, 기다리는 즐거움 같은 게 삶에 거의 없었거든요. 빠른 배송, 즉시 확인, 바로 답장. 그런 것들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나 봅니다. 필름 현상을 기다리면서, 오랜만에 그냥 기다리는 기분을 즐겼습니다.

셋. 사진이 물건이 되었습니다

인화된 사진을 손에 쥐었을 때, 스마트폰 갤러리에 있는 사진과는 분명히 다른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 한 장이 실제로 빛에 반응해서 만들어진 거라는 게, 어쩐지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지금은 작은 앨범 하나를 만들어서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있는데, 가끔 꺼내보면 그날의 감정이 스마트폰 사진보다 훨씬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날로그로 저장된 기억이 더 오래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솔직히 말하는 아쉬웠던 점들

좋은 것만 있으면 이 글이 광고겠죠.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비용이 예상보다 꽤 들었습니다. 필름 자체 가격도 있고, 현상과 스캔 비용도 따로 붙습니다. 한 롤 다 찍고 현상소에 맡기면, 필름값 포함해서 보통 만 원 중반대에서 이만 원 사이는 생각해야 했습니다. 처음엔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에 두 롤 이상 찍다 보니 슬슬 지갑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취미로 즐기려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지만, 미리 알고 시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둘째, 실패한 사진이 나와도 어쩔 수 없습니다. 흔들렸거나, 빛이 잘못 들어왔거나, 초점이 맞지 않아도 다시 찍을 수 없습니다. 처음엔 이게 많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어쩌다 한 번 만난 예쁜 순간을 제대로 못 담았을 때, 그 아쉬움은 꽤 오래 남았습니다. 근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는 오히려 그 불완전함이 매력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삶도 다 완벽할 순 없잖아요.

셋째, 현상소를 찾는 게 생각보다 번거롭습니다. 가까운 곳에 현상소가 없으면 택배로 보내야 하고, 그러면 또 며칠이 더 걸리기도 합니다. 저는 운 좋게 집 근처에 작은 현상소가 있었는데, 없는 분들은 미리 검색을 좀 해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자주 받는 질문들 — 저도 처음엔 궁금했던 것들

Q. 카메라는 얼마짜리를 사야 하나요?

사실 저도 처음엔 이게 제일 막막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비싼 걸 살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중고 거래로 상태 좋은 입문용 기종을 찾아보시면,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엔 저렴한 기종으로 시작해서 필름 카메라가 내 취향에 맞는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나에게 맞는다 싶으면 그때 조금 더 좋은 기종으로 넘어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Q. 사진을 잘 못 찍어도 할 수 있나요?

저도 사진 전문가가 아닙니다. 구도니 조리개니 그런 거 거의 모릅니다. 근데 그냥 찍어도 나름 예쁜 사진이 나오더라고요. 필름 특유의 입자감이나 색감이 어느 정도 커버를 해주는 느낌이랄까요. 잘 찍는 것보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을 찍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시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Q. 혼자 시작해도 어렵지 않나요?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필름 넣다가 한 롤 날렸잖아요. 근데 그 실수를 한 번 겪고 나서는, 오히려 더 잘 알게 됐습니다. 유튜브에 기종별로 사용 방법을 올려둔 영상들이 꽤 있어서, 처음 세팅은 영상 보면서 따라 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취미 커뮤니티에서 도움 받는 것도 좋고요.

💛 이런 분들께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필름 카메라가 맞는 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보실 만할 것 같습니다.

  • 요즘 들어 일상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쉬운 분
  •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많은데, 왜인지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
  • 혼자 즐길 수 있는 조용한 취미를 찾고 있는 분
  •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고 싶은 분, 혹은 그런 삶을 연습하고 싶은 분

저처럼 서른 중반을 넘어서,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가 괜히 겸연쩍게 느껴지는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나이는 별로 상관없더라고요. 오히려 지금껏 살아온 시간이 있으니까, 찍고 싶은 것도 더 많고, 간직하고 싶은 기억도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

🌿 마무리하며 — 느리게 찍는다는 것의 의미

필름 카메라를 쓰기 시작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사진 실력이 아니었습니다. 일상을 바라보는 속도였습니다. 지나치던 것들을 한 번 더 보게 되었고, 빠르게 넘어가던 순간들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퇴근길 편의점 앞 화분도, 주말 아침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오랜 친구와 나눈 평범한 식사도. 그런 것들이 필름 한 장 안에 담기고, 또 작은 봉투 안에 쌓이면서, 제 일상이 조금 더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바쁘게 삽니다. 월요일 아침엔 또 지치고, 야근도 하고,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날이 하나씩 생기면서, 그 하루가 조금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거창한 여행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작은 카메라 하나로 일상이 기록될 수 있다는 게, 지금 제게 가장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입니다.

혹시 지금 어떤 취미를 찾고 계신다면, 아니면 그냥 삶이 조금 더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필름 카메라 한 번 들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첫 롤을 현상소에 맡기고 기다리는 그 며칠이, 생각보다 훨씬 설레는 시간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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