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걷기, 체력 없는 사람도 완주한 구간 추천

제주 올레길 추천

🌿 제주 올레길 걷기, 체력 없는 사람도 완주한 구간 추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저는 원래 걷기를 잘 못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오래 걷는 걸 못했어요. 30분만 걸어도 발바닥이 뜨거워지고, 무릎이 살짝 아파오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러니 “올레길”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한테 트레킹은 운동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는 편견이 있었어요. 등산스틱 짚고, 기능성 의류 풀세팅 갖춰야만 가능한 그런 것.

근데 막상 해보니까 전혀 달랐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거기서 시작됐어요. 지난 가을, 직장 스트레스가 정점을 찍었던 어느 주말에 충동적으로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아무 계획도 없이요. 숙소만 잡고 그냥 떠났어요. 38살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혼자 떠난 제주 여행이었는데, 공항에서 렌터카도 안 빌리고 버스만 타고 다니겠다고 했다가 첫날부터 조금 고생했습니다. (나중에 결국 하루는 택시 많이 탔어요, 하하.)

숙소 근처에 올레길 안내판이 있었고, 왠지 그냥 한 번 걸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게 전부였어요. 특별한 동기도 없었고, 완주 목표도 없었어요. 그냥 걸었는데, 그 하루가 저한테 뭔가를 돌려줬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저처럼 체력이 넉넉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제가 실제로 걸어보고 “이건 진짜 괜찮다” 싶었던 구간들을 정리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 제주 올레길, 처음이라면 이것부터 알아두세요

제주 올레길은 제주 해안선과 내륙 곳곳을 이어주는 도보 여행 코스입니다. 전체 코스가 20개가 넘고, 지선 코스까지 합치면 꽤 많아요. 총 거리는 제 기억이 맞다면 430킬로미터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처음 알았을 때 “이걸 다 걸어? 불가능한데”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각 코스는 보통 10킬로미터에서 20킬로미터 사이로 나뉘어져 있어서, 하루에 한 코스씩 선택해서 걸을 수 있어요.

올레길의 가장 큰 특징은 난이도가 코스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어떤 코스는 제법 오르막이 있고 발바닥에 충격이 심한 돌길이 이어지기도 하는데, 어떤 코스는 평지에 가까운 해안길이라서 운동화 하나면 충분해요. 저처럼 트레킹 초보이거나 체력에 자신이 없는 분들은 이 차이를 먼저 알고 가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무작정 “올레길 왔으니까 멋있어 보이는 코스로”라고 골랐다가 중간에 포기하면 자존감이 살짝 내려가거든요. 저도 그 경험을 했습니다.

코스마다 리본 색깔로 방향을 표시해 주는데, 파란색과 주황색이 번갈아 나옵니다. 파란색이 정방향이고 주황색이 역방향이에요. 처음엔 이게 너무 헷갈렸는데, 익숙해지면 그냥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됩니다. 길을 잃을 걱정은 생각보다 크게 안 해도 됩니다. 표지판이 생각보다 촘촘하게 있어요.


🌊 체력 없어도 괜찮았던 코스 1 — 제주 올레 7코스 (서귀포 해안 구간)

제가 처음으로 완주한 코스이고, 지금도 가장 애정하는 코스입니다. 서귀포 쪽 해안선을 따라 걷는 코스인데, 경사가 완만하고 대부분이 평탄한 길이라서 걷는 내내 다리에 큰 무리가 없었어요. 총 거리가 17킬로미터 정도로 짧은 편은 아닌데, 신기하게도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걸으면서 계속 생각했는데, 아마도 뷰가 계속 바뀌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바다가 보이다가, 마을이 나오다가, 감귤밭 사이를 지나다가, 다시 해안 절벽이 나오고.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특히 외돌개 근처 구간은 정말이지 사진을 열 장은 찍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던 날이었는데, 머리카락이 다 날려도 멈추지 않을 만큼 예뻤어요.

이 코스의 아쉬운 점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중간 구간에 화장실이 드문드문 있어서 미리 파악해두는 게 좋습니다. 저는 그걸 몰라서 한참을 참고 걸었는데, 그 시간이 꽤 힘들었어요. 그리고 관광객이 많은 구간이라 걷는 중간에 단체 관광 인파와 마주치는 경우도 있어서, 조용한 걷기를 원하신다면 이른 아침 출발을 추천드립니다.


🌸 체력 없어도 괜찮았던 코스 2 — 제주 올레 10코스 (화순 ~ 모슬포 구간)

이 코스는 사실 지인한테 추천받았는데,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 “화순이면 거기 오르막 있지 않아?” 하고요. 근데 실제로 걸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완만하고, 바다가 가까이서 계속 따라오는 느낌이라 기분이 참 좋았어요.

이 구간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산방산이 뒤에서 따라오는 풍경입니다. 걷다 뒤를 돌아보면 산방산이 딱 거기 있어요. 처음엔 가까워 보이다가 멀어지고, 또 각도가 달라지면서 모양이 바뀌는 게 신기했습니다. 저처럼 자연 감수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풍경이에요.

다만 이 코스는 중간에 그늘이 많지 않습니다. 햇살이 강한 날에는 체감 온도가 꽤 높게 느껴지더라고요. 여름철에 도전하신다면 선크림과 모자는 필수고, 물도 넉넉하게 챙기셔야 합니다. 저는 정확하진 않지만 1리터는 마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 코스 도착 지점 근처에 작은 식당들이 있는데, 걷고 나서 먹는 국밥 한 그릇이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완주의 맛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 체력 없어도 괜찮았던 코스 3 — 제주 올레 18코스 (추자도 구간, 단 조건 있음)

추자도 구간은 살짝 다른 이야기입니다. 추자도 자체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이라서, 접근성이 다른 코스들과 달라요. 근데 이 코스를 넣은 이유는, 거리와 고도 면에서는 의외로 수월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전체 거리가 다른 코스에 비해 짧고, 섬 특유의 호젓한 분위기가 걷는 내내 이어져서 심리적으로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추자도에서 하루를 묵으면서 걸었는데, 그날이 이번 제주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됐습니다. 관광지가 아닌 진짜 섬 마을의 조용한 아침, 고양이 몇 마리가 올레 리본 근처에 앉아 있던 장면, 그리고 바다 냄새가 유독 진하게 나던 골목. 그런 것들이 마음속에 남아있어요.

단, 이 코스는 배편 예약이 필수이고, 기상 상황에 따라 운항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원래 다음날 다시 육지로 돌아오려 했는데 바람이 강해서 하루 더 묵은 적이 있어요. 그게 일정이 있는 분들께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으니 여유 있게 계획 짜시길 정말 권해드립니다.


⚠️ 올레길 걷기 전, 이것만은 꼭 알아두세요

  • 신발이 전부입니다. 저는 첫 번째 올레길 도전 때 예쁜 캔버스 운동화를 신고 갔다가 발바닥에 물집이 생겼어요. 밑창이 두툼한 운동화나 가벼운 트레킹화를 꼭 신으세요. 패션보다 발이 먼저입니다.
  • 출발 시간을 너무 늦게 잡지 마세요. 특히 봄가을에는 해가 생각보다 빨리 지거든요. 어둑해지는 올레길은 이정표도 잘 안 보이고, 낯선 길이 무서워집니다. 오전 10시 전에 출발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 스탬프 찍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합니다. 올레 여권이라는 걸 구매하면 각 코스 시작점과 종료 지점에서 스탬프를 찍을 수 있어요. 처음엔 그냥 기념품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스탬프가 하나씩 쌓일수록 성취감이 생기더라고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완주 동기 부여가 됩니다.
  • 혼자 걸을 때는 이어폰 한쪽만 꽂으세요. 음악 들으면서 걷고 싶은 마음 이해하지만, 올레길은 오솔길이나 좁은 해안 절벽 구간도 있어서 주변 소리 들리는 게 안전합니다.
  • 체력이 딸린다고 느껴지면 과감하게 중간에 멈춰도 됩니다. 올레길은 완주가 목적이 아니에요. 저도 처음엔 끝까지 완주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그러다 다리가 너무 아파진 적이 있어요. 중간 지점에서 택시나 버스를 타고 빠져나오는 것도 충분히 현명한 선택입니다.

💛 이런 분들께 특히 추천드립니다

올레길이 모든 사람한테 완벽한 여행지는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분들이라면, 제가 자신 있게 권해드릴 수 있습니다.

  • 일상의 소음에서 잠깐 벗어나고 싶은데, 어디에 가야 할지 모르겠는 분
  •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은 없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
  •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아서 체력이 걱정되는데, 그래도 뭔가 몸을 움직이고 싶은 분
  • SNS용 예쁜 사진보다, 오래 기억될 풍경을 마음에 담고 싶은 분
  • 자연 속에서 걷는 게 명상이 된다는 말의 의미를 한 번쯤 실제로 느껴보고 싶은 분

저는 38살에 처음으로 올레길을 걸었는데, 솔직히 조금 늦게 알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근데 또 어떻게 보면, 지금이라서 더 잘 느꼈던 것 같기도 해요. 20대의 저였으면 발 아프다고 투덜거리며 빠르게 완주하고 끝냈을 텐데, 지금은 걷다가 멈추고 바다 보고, 돌담 사이로 핀 꽃 보고, 바람 맞으며 잠깐 눈 감아보는 그런 여유를 자연스럽게 즐기게 되더라고요.


🍊 마무리하며 — 걷는다는 것이 준 것들

이 글을 쓰면서 그 제주에서의 며칠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올레길 위에서 땀 흘리며 걷던 시간이, 사무실에서 지쳤던 나를 조금씩 회복시켜 줬다는 걸 이제야 또렷하게 느낍니다. 거창한 힐링이나 인생의 전환점 같은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냥 발이 아프면서도 계속 걷다 보니, 머릿속이 조용해졌습니다. 그게 전부인데 그게 참 컸습니다.

체력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코스를 잘 고르면, 그리고 무리하지 않으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어요. 완주가 안 돼도 사실 괜찮습니다. 걷는 그 시간 자체가 이미 충분한 여행이니까요. 아직 올레길을 가보지 않은 분들, 체력이 걱정돼서 망설이는 분들, 제 이 글이 작은 용기 한 조각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아직 못 간 구간들도 하나씩 채워보려 합니다. 올레 스탬프 여권에 빈칸이 아직 많이 남아있거든요. 그 빈칸을 채우는 날들이 기다려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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