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서를 취미로 만들기까지 내가 실패한 3가지 방법
이 글을 쓰게 된 건 순전히 창피함 때문입니다. 얼마 전 친한 동료가 “언니는 책 많이 읽어요?” 하고 물었을 때, 저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응, 요즘엔 좀 읽지” 하고 대답했거든요. 근데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해 보니까, 제가 진짜로 독서를 ‘취미’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게 겨우 한 일 년도 안 된 일이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얼마나 많이 실패했는지, 그걸 아무도 모른다는 게 갑자기 웃기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기록해 두고 싶었습니다.
저는 올해 서른여덟이고, 중견 무역회사에서 영업 관련 업무를 합니다. 퇴근이 늦는 날도 많고, 주말엔 밀린 집안일에 치이고, 딱히 나만의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30분이나 될까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 삶 속에서 ‘책 읽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우아하게 창가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책 읽는 그 이미지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그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꽤 여러 번, 꽤 다양한 방식으로 실패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독서를 취미로 만들려다 실패한 세 가지 방법을 솔직하게 적어볼게요.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 실패 방법 1 : 베스트셀러 목록 보고 읽기
첫 번째 실패는 ‘남들이 읽는 책부터 읽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것 같았어요. 많이 팔린 책이면 재미있을 테고, 재미있으면 습관이 되겠지, 하는 단순한 계산이었습니다.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코너를 쭉 훑어봤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표지가 예쁘고 제목이 그럴듯한 자기계발서를 골랐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그 책은 당시 꽤 화제였던 ‘습관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열심히 읽었어요. 형광펜도 치고, 포스트잇도 붙이고.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자 슬금슬금 손이 안 가더라고요.
왜였을까 나중에 생각해 봤는데, 그 책이 싫은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지금 읽고 싶은’ 책이 아니었던 거예요. 남들이 좋다는 걸 나도 좋아해야 한다는 압박이, 책 읽는 행위를 의무처럼 만들어버린 것 같습니다. 독서가 숙제가 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취미가 아니잖아요.
결국 그 책은 침대 머리맡에서 책갈피 꽂힌 채로 두 달을 보냈고, 조용히 책장 한켠으로 옮겨졌습니다. 첫 번째 실패였습니다.
🔍 이 방법이 맞는 분
- 이미 어느 정도 독서 습관이 잡혀 있고, 읽을 책이 고민인 분
- 트렌드에 민감하고, 다른 사람과 책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 분
- 자기계발 분야에 자연스러운 흥미가 있는 분
💭 이 방법이 맞지 않는 분
- 읽어야 한다는 압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
- 독서 자체가 아직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분 (저처럼요)
📅 실패 방법 2 : 하루 30분 독서 루틴 만들기
두 번째 시도는 좀 더 체계적이었습니다. ‘그래,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이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매일 자기 전 30분, 무조건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알람도 맞추고, 핸드폰은 침대 반대편에 두고, 분위기 있는 조명도 하나 샀어요.
처음 일주일은 꽤 잘 됐습니다. 뿌듯하기도 했고요. 근데 문제는 제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거였어요. 야근이 잦은 날, 밤 열 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오면 솔직히 책을 펼칠 기력이 없습니다. 그냥 씻고 쓰러지고 싶은 거예요. 그런 날 억지로 책을 읽으려고 누웠다가 세 페이지 읽고 잠들어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리고 하루라도 루틴이 깨지면, 이상하게 ‘어차피 망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확하진 않지만, 심리학에서 이걸 ‘다 됐다 효과’라고 부른다고 어디선가 읽었는데,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하루 빠진 게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되고. 그렇게 두 번째 시도도 흐지부지 끝이 났습니다.
루틴이 나쁜 게 아니에요. 루틴이 저한테 맞지 않았던 거겠죠. 아니면 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루틴을 설계하지 못한 것이거나요. 어느 쪽이든, 실패는 실패입니다.
🔍 이 방법이 맞는 분
- 퇴근 시간이 비교적 일정하고, 저녁 시간에 여유가 있는 분
- 루틴 기반의 생활을 좋아하고, 체계적인 걸 즐기는 분
- 한 번 습관이 자리 잡으면 오래 유지하는 성향인 분
💭 이 방법이 맞지 않는 분
- 업무 강도나 퇴근 시간이 매일 들쭉날쭉한 분
- 루틴이 한 번 깨졌을 때 ‘다 망했다’고 느끼는 성향인 분 (이게 저였습니다)
📱 실패 방법 3 : 독서 앱으로 기록하고 인증하기
세 번째 시도는 가장 화려했습니다. 독서 기록 앱을 깔고, 인스타그램에 ‘북스타그램’ 계정을 따로 만들었어요. 책 읽은 페이지 수를 기록하고, 예쁜 조명 아래 책 사진 찍고, 짧은 감상도 쓰고. 처음엔 팔로워도 조금 생기고, 댓글도 달리고 진짜 재미있었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기록할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감동적인 문장을 만났을 때 그냥 느끼는 게 아니라, ‘이거 캡처해야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읽다가 핸드폰 들고, 사진 찍다가 피드 확인하고, 어느새 책은 덮혀 있고 저는 남의 북스타그램 구경하고 있는 겁니다.
인증이 목적이 되는 순간, 독서는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이건 제가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알게 된 거라,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렵지만, 읽으시는 분 중에 비슷하게 느껴보신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결국 그 계정은 몇 달 만에 방치됐고, 앱도 삭제했습니다.
이 방법의 가장 큰 함정은, 처음엔 동기부여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예요. 남들의 반응이 나를 움직이게 하니까요. 근데 그게 외적 동기라는 게 문제입니다. 외적 동기는 결국 흔들리게 돼 있더라고요.
🔍 이 방법이 맞는 분
- SNS 활동 자체를 즐기고, 소통에서 에너지를 얻는 분
- 공유하고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좋은 분
- 독서와 콘텐츠 창작을 함께 즐기고 싶은 분
💭 이 방법이 맞지 않는 분
- 몰입을 중요시하고, 중간에 방해받으면 집중이 깨지는 분
- SNS를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리는 분 (이것도 저였습니다)
🌿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냐면요
세 번의 실패 끝에 제가 찾은 건, 놀랍도록 단순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냥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은 책을.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고,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고, 목표도 없이.
처음엔 이게 너무 허술한 것 같아서 오히려 불안했어요. 뭔가 시스템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에 책을 집어드는 것, 그게 가장 오래 지속됐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열 페이지, 점심시간에 커피 마시며 다섯 페이지, 주말 오전 남편이 늦잠 자는 동안 조용히 한 챕터. 작고 불규칙하고, 그래서 오히려 부담이 없었습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은 여전히 참고는 합니다. 다만 거기서 ‘읽어야 할 책’을 고르는 게 아니라,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 있는지를 봅니다. 루틴도 완전히 버린 건 아니에요. 다만 ‘매일 30분’이 아니라 ‘생각날 때, 틈날 때’로 바꿨습니다. 기록도 해요. 근데 앱 말고, 작은 노트에 제 말로 한두 줄만 씁니다. 아무도 안 보는 나만의 것으로요.
실패 세 번이 있었기에 지금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실패들이 창피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꽤 고맙기도 합니다.
독서를 취미로 만들고 싶은데 자꾸 실패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혹시 지금 내가 어떤 방법을 쓰고 있는지, 그 방법이 정말 나한테 맞는 방법인지 한 번쯤 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 책과 사람의 궁합도, 사람과 방법의 궁합도 다 다르니까요. 당신만의 방법을 찾는 데 이 글이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