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키우기로 집 안이 달라진 이야기, 초보 식물러 일기

🌿 식물 키우기로 집 안이 달라진 이야기, 초보 식물러 일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오랫동안 “나는 식물이랑 안 맞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단정 짓고 살았습니다. 입사 초반에 사무실에서 키우던 행운목 하나를 두 달도 안 돼서 죽여버린 뒤로, 식물은 저와 거리가 먼 존재라고 믿어왔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퇴근길에 들른 꽃집 앞에서 무심코 멈춰 섰습니다. 조명 아래 놓인 작은 몬스테라 한 화분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냥 예뻤습니다. 이유 같은 건 없었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충동적으로 산 그 몬스테라 한 화분이, 지금은 제 집 안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조금 풀어보려고 합니다. 식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쓰는 글이 아닙니다. 여전히 실수하고, 여전히 모르는 게 많고, 가끔은 식물 앞에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초보 식물러가 쓰는 일기 같은 글입니다.

🌱 왜 식물 키우기가 지금 내게 필요했는가

서른여덟이 되고 나서 달라진 게 있다면, 집에 오면 무언가 살아있는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부쩍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반려동물은 퇴근 시간이 불규칙한 제 생활 방식에 맞지 않을 것 같아 엄두를 못 냈어요. 근데 막상 식물이라는 선택지를 떠올리고 나니까, 이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회의하고, 메일 쓰고, 보고서 마감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는 존재. 식물은 딱 그런 존재였습니다. 요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거기 있습니다. 그 점이 저를 위로했습니다.

🪴 처음엔 당연히 실패했습니다

몬스테라를 데려온 지 삼 주쯤 지났을 때였을 겁니다. 잎 끝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당연히 물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했고, 더 자주 물을 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반대로 했던 거죠. 과습이었는데. 그걸 몰랐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식물마다 물 주는 주기가 다르고, 화분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 줘야 하는 종류도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몬스테라는 겉흙이 마른 다음 이틀 정도 후에 주는 게 맞다고 배웠어요. 아무튼 그때부터 저는 흙을 손으로 직접 눌러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거창한 게 아니라, 그냥 손가락으로 꾹 눌러서 촉촉함이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실패 덕분에 배운 것들이 오히려 더 많이 남습니다. 정보보다 경험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식물 키우기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 식물 하나가 집 안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는가

처음 몬스테라를 들여놓고 나서 제일 먼저 바뀐 건 창가였습니다. 그전까지는 창가에 쌓아둔 택배 박스 위에 뭔가 얹어둔 채로 그냥 살았는데, 식물 자리를 만들어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주변을 정리하게 됐어요. 식물 하나가 정리의 시작점이 됐습니다.

그다음엔 화분을 올려둘 받침대가 필요했고, 받침대를 사고 나니 그 옆 선반이 허전해 보여서 작은 오브제를 하나 들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집 안의 한 코너가 완성되더라고요.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것처럼 멋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진, 나만의 작은 초록 공간이 생긴 겁니다.

지금은 몬스테라 옆에 테이블야자 하나, 스킨답서스 한 화분, 그리고 다육이 두 개 정도가 함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였던 게 지금은 작은 식물 군락이 됐어요. 집에 들어올 때마다 그쪽을 먼저 보게 됩니다. 오늘 새 잎이 나왔나, 혹시 상태가 달라진 게 있나. 그게 하루 중 꽤 작지만 분명한 기쁨이 됩니다.

🌸 식물 키우기가 루틴을 만들어준 이야기

사실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 식물 키우기가 생활 루틴에 이렇게 영향을 줄 줄은 몰랐습니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식물들 상태를 하나씩 들여다보는 시간이 생겼어요. 거창한 게 아닙니다. 그냥 잎에 먼지가 쌓이진 않았는지 손으로 살살 닦아주고, 흙 상태 확인하고, 창문 열어서 바람 좀 들어오게 해주는 정도입니다.

근데 그 짧은 시간이 하루를 여는 방식을 바꿔줬습니다. 예전엔 주말 아침에 폰 들고 누워서 한 시간을 보내다 뭔가 찝찝한 기분으로 일어났는데, 지금은 식물 돌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하루가 잘 시작된 기분이 들거든요. 작은 돌봄이 나 자신도 좀 더 잘 돌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연결되는 느낌, 정확하진 않지만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홈가드닝이라는 단어가 거창하게 느껴졌던 저였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게 아주 작은 데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화분 하나, 그게 전부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점, 그리고 아쉬웠던 점들

좋은 것만 이야기하면 균형이 맞지 않으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화분 흙과 배수가 정말 중요합니다. 처음에 저는 예쁜 화분에만 신경 쓰고 흙은 아무거나 사서 채웠어요. 근데 배수가 안 되는 흙에서는 과습이 빠르게 옵니다. 지금은 배수층을 따로 만들고, 흙도 조금 더 신경 써서 고릅니다.
  • 빛이 부족한 공간에서 시작하면 어렵습니다. 저는 북향 집이라 햇빛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음지에 강한 식물 위주로 선택하는 게 중요했는데, 처음엔 그걸 몰라서 햇빛을 좋아하는 종류를 들였다가 힘들게 한 적이 있어요.
  • 충동구매를 조심해야 합니다. 꽃집 앞에 서면 다 예뻐 보입니다. 저도 처음 몇 달간 너무 많이 사서 공간도 좁아지고, 제대로 돌보지 못해 미안한 식물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공간과 빛 조건을 먼저 생각하고 삽니다.
  • 흰 가루나 끈적한 벌레가 생길 수 있습니다. 깍지벌레나 응애는 초보 식물러에게 꽤 당황스러운 상대입니다. 저도 한 번 겪었는데, 빠르게 격리하고 잎을 닦아주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놀라지 마세요. 누구나 한 번쯤 만나는 것 같습니다.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식물을 들이기 전에 조금만 더 공부하고 시작했더라면 초반에 힘들게 한 식물들이 없었을 거라는 겁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맞긴 한데, 준비된 시작이 더 오래 간다는 것도 식물을 키우며 배웠습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모든 사람에게 식물 키우기가 맞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라면 분명히 잘 맞을 것 같습니다.

  • 퇴근 후 집이 너무 조용하고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 분
  •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은데 큰 비용을 들이기 부담스러운 분
  • 반려동물은 키우고 싶지만 생활 패턴상 어려운 분
  • 루틴이 없어서 주말마다 괜히 무기력한 기분이 드는 분
  •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고 싶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

특히 저처럼 “나는 식물이랑 안 맞아”라고 단정 지은 분들께 더 권하고 싶습니다. 사실 식물을 못 키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식물에게 맞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 것뿐입니다. 저도 그걸 식물을 키우면서 알았습니다.

🌼 마무리하며

거창한 변화가 아닙니다. 집 안에 초록이 생겼을 뿐인데, 퇴근길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집에 가면 뭔가 살아있는 게 있다는 생각 하나가, 발걸음을 조금 가볍게 해줍니다. 그게 소확행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인 것 같습니다.

화분 하나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가 지금의 저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 것 같아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처음 몬스테라를 사 들고 집으로 걷던 그 저녁 퇴근길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설레고, 조금 걱정되고, 그래도 기분이 좋았던 그 감각이요.

식물 키우기를 고민 중인 분이 계신다면, 너무 오래 고민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작은 화분 하나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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