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입문자가 첫 작품 완성하기까지 겪은 일들

🧶 어쩌다 뜨개질을 시작하게 됐냐고요?

솔직히 말하면, 번아웃이 왔었습니다. 딱 그 시기였어요. 아침에 눈을 떠도 피곤하고, 퇴근하고 나서도 멍하니 핸드폰만 들여다보다 잠드는 날들이 반복되던 때. 뭔가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게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어요. 그냥, 퇴근 후에 소파에 앉아서 두 손을 움직이고 싶었달까요.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뜨개질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첫 번째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제가 겪은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기록해두고 싶었어요. 잘 됐던 것도, 엉망이었던 것도. 누군가 저처럼 막막한 마음으로 검색하다 이 글을 만나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준비물을 사러 갔다가 얼어붙었던 날

처음 뜨개질을 결심하고 나서 문방구 겸 소품 가게에 들어갔는데, 막상 앞에 서니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실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울, 아크릴, 면사, 혼방… 굵기도 제각각이고, 바늘도 대바늘이 있고 코바늘이 있고. 근데 막상 해보니까 처음엔 그게 다 의미 없었어요. 그냥 가게 사장님이 “초보면 이거 사세요”라고 건네준 굵은 아크릴 실 두 뭉치와 10mm 대바늘 한 쌍으로 시작했으니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굵은 실과 굵은 바늘 조합이 초보자에게 정말 잘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뜨는 속도도 빠르고, 코가 잘 보이고, 실수한 부분도 눈에 잘 띄어서 고치기도 쉬웠거든요. 근데 그때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사장님 말만 믿고 나왔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선택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 유튜브를 열다섯 번은 돌려봤을 거예요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유튜브 검색이었어요. “뜨개질 입문”, “대바늘 기초”, “코 잡는 법”… 정말 수십 개의 영상을 봤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같은 영상을 열다섯 번 정도 반복해서 봤던 것 같아요. 화면에서는 손이 술술 움직이는데, 저는 실이 자꾸 꼬이고 바늘이 떨어지고.

처음 한 시간은 그냥 ‘코 잡기’만 했습니다. 코 잡기라는 게, 바늘에 실을 걸어서 첫 줄을 만드는 건데요. 이게 뜨개질의 진짜 시작이거든요. 근데 저는 이게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코가 꽉 조여지거나, 반대로 너무 헐렁해지거나. 첫날은 그냥 코 잡기만 하다가 끝났습니다. 작품은커녕 한 줄도 못 뜬 날이었어요.

그래도 신기하게 속상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핸드폰 볼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손을 움직이고 있으면 머리가 비워지는 느낌? 그 느낌이 좋아서 다음 날도 앉게 됐던 것 같습니다.

✨ 직접 해보고 나서 달랐던 것들

뜨개질을 막연하게 상상했을 때는 ‘조용하고 우아한 취미’였어요. 찻잔 옆에 놓고 차 한 잔 마시며 사각사각 뜨는 모습 있잖아요. 근데 실제로 해보니까 처음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땀도 나고, 어깨도 뭉치고, 중간에 실수하면 “아, 진짜!” 소리가 절로 나오고.

특히 코를 빠뜨리는 게 제일 골치였어요. 한 코가 빠지면 그 아래로 쭉 풀려내려가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엔 그걸 발견하지도 못하고 한 줄 두 줄 계속 뜨다가 나중에 보면 구멍이 뻥 뚫려있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찾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 실의 장력(텐션)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줄 몰랐어요. 같은 코 수로 뜨는데도 손에 힘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완성품 크기가 달라지거든요. 처음 만든 코스터가 생각보다 훨씬 작게 나왔는데, 알고 보니 긴장해서 너무 힘을 줬던 거더라고요. 웃프지만 그것도 배움이었습니다.

💛 좋았던 점들, 이건 진짜예요

처음 한 줄을 완성했을 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을 때랑은 또 다른 종류의 뿌듯함이에요. 더 작고, 더 개인적이고, 오롯이 내 것인 성취감.

무엇보다 좋았던 건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는 점입니다. 뜨개질을 하는 동안은 직장에서 있었던 일도, 내일 있을 회의도, 읽지 않은 메시지도 다 잊어버릴 수 있었어요. 손만 움직이고, 코만 보고, 실만 따라가는 그 단순한 반복이 저한테는 명상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또 하나,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움은 실을 고르는 재미였어요. 처음엔 그냥 굵고 싼 걸로 시작했는데, 조금 익숙해지니까 실 구경이 취미 안의 취미가 됐습니다. 색깔도 다양하고, 질감도 다양하고. 실 하나 고르는 데 한 시간을 쓴 날도 있었어요. 행복하게.

😅 아쉬웠던 점, 솔직하게 말할게요

좋은 것만 있으면 거짓말이겠죠. 아쉬웠던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 처음 배울 때 오프라인 수업이 없으면 꽤 힘듭니다. 유튜브 영상은 정말 잘 만들어진 것들이 많지만, 내 손 모양이 맞는지 바로 피드백받기가 어렵거든요. 저는 한 달 가까이 잘못된 방법으로 뜨다가 나중에야 고쳤는데, 그 시간이 좀 아까웠습니다.
  • 눈이 생각보다 많이 피로해집니다. 특히 어두운 색 실을 쓸 때 코가 잘 안 보여서요. 저는 정확하진 않지만, 두 번째 작품부터는 밝은 색 실만 골랐던 것 같아요. 조명을 밝게 해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 첫 작품이 생각만큼 예쁘게 안 나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에요. 제가 처음 만든 코스터는 동그랗게 만들려고 했는데 살짝 타원형이 됐고, 크기도 계획보다 작게 나왔어요. 그래도 제가 만든 거라서 예뻐 보이긴 했지만요. 완벽한 결과물을 기대하고 시작하면 실망할 수 있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실 정리가 생각보다 번거롭습니다. 뭉치가 엉키면 푸는 데 시간이 엄청나게 걸려요. 저는 한 번 실 뭉치가 완전히 엉켜버려서 거의 한 시간을 실만 풀다가 결국 일부를 잘라버린 적도 있습니다. 실 보관 방법을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 자주 받는 질문들

Q. 나이 들어서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저도 이 질문을 제일 많이 스스로 했습니다. 사실 38살에 처음 뜨개질을 시작하면서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어요. 근데 해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오히려 지금이 더 잘 맞는다는 거예요. 조급하지 않고, 결과보다 과정을 즐길 줄 알게 됐을 나이니까요. 뜨개질은 빠르게 잘하는 취미가 아니라, 천천히 즐기는 취미라는 걸 나이가 조금 더 먹고 나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대바늘이 좋을까요, 코바늘이 좋을까요?

이건 정말 취향 차이인데요. 제 경험상 대바늘은 완성품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나고, 코바늘은 조금 더 단단하고 입체적인 작품 만들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처음이라면 대바늘이 조금 더 진입 장벽이 낮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둘 다 해본 지금 생각해봐도 딱히 어느 쪽이 더 쉽다고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냥 만들고 싶은 것부터 시작하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Q. 첫 작품으로 뭘 만들면 좋을까요?

무조건 코스터나 작은 컵받침을 추천합니다. 크기가 작으니까 완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요. 완성하는 경험 자체가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머플러는 처음엔 너무 길어서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저도 처음에 머플러로 시작하려다가 코스터로 바꿨는데, 그 선택이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 마무리하며,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뜨개질이 누구에게나 잘 맞는 취미라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이런 분이라면, 분명 맞을 것 같습니다.

  • 퇴근하고 나서 핸드폰 말고 다른 걸 하고 싶은 분
  • 머리를 비우고 싶은데 그냥 멍하게 있는 건 오히려 더 불안한 분
  •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냈을 때의 성취감을 좋아하는 분
  • 완벽한 결과물보다 과정에서 위로받고 싶은 분

저는 첫 코스터를 완성한 날, 그걸 식탁 위에 올려두고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삐뚤빼뚤하고 크기도 생각보다 작았지만, 그게 제 손에서 나온 거라는 사실이 그날 저녁을 꽤 따뜻하게 만들어줬어요. 그 기분을 한 번쯤 느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뜨개질은 생각보다 훨씬 좋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바늘 하나, 실 한 뭉치. 그게 전부예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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