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디저트로 차린 나만의 작은 파티 🎉
이 글을 쓰게 된 건 사실 아주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금요일 저녁이었는데요. 야근을 끝내고 퇴근하는 길에 문득 너무너무 지쳐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몸이 피곤한 건 물론이고, 마음도 어딘가 쭈글쭈글하게 쪼그라든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날따라 괜히 누군가한테 전화하기도 싫고, 배달 앱 켜는 것도 귀찮고. 그냥 조용히 혼자 뭔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렇게 터벅터벅 걷다가 편의점 불빛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아, 그 따뜻한 주황빛 불빛. 저는 원래 편의점을 그냥 급할 때 들르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냥 디저트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어요. 초코케이크도 있고, 마카롱도 있고, 젤리도 있고. 손이 이것저것 가더라고요. 결국 두 손 가득 들고 나왔는데, 집에 와서 예쁘게 차려놓고 보니까. 이게 진짜 파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경험이 너무 좋아서 그다음 주에도 해봤고, 또 그다음 주에도 해봤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편의점 디저트를 두 가지 방식으로 즐겨봤는데요. 하나는 ‘테마를 정해서 고르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완전히 즉흥으로, 눈에 띄는 걸 담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엔 둘이 뭐가 다르겠어?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분위기도 다르고 기분도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그 두 가지를 제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A: 테마를 정해서 고르는 편의점 디저트 파티 🍫
어떻게 시작하게 됐냐면요
두 번째로 편의점 디저트 파티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첫 번째 때 너무 제각각인 것들을 사다 보니까, 막상 먹으면서 뭔가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초코 케이크 먹다가 새콤한 젤리 먹고, 또 고소한 마카롱 먹고. 맛있긴 한데 어딘가 통일감이 없달까요. 그래서 두 번째에는 테마를 정하고 가봤습니다. 그날 제가 정한 테마는 ‘초콜릿 데이’였어요.
초콜릿 초코케이크, 초코 아이스크림, 초코 음료, 초코 과자. 전부 다 초콜릿 계열로만 골랐습니다. 처음엔 이게 너무 단순한 방식 아닐까 싶었는데요. 집에 와서 펼쳐놓으니까 뭔가 테이블이 통일감 있게 예쁘더라고요. 색도 갈색 계열로 비슷하고, 사진 찍어도 뭔가 분위기가 났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그날 혼자 열두 장쯤 찍은 것 같아요. 혼자였는데도.
테마 파티의 특징들
테마를 정하고 편의점에 가면 일단 고르는 과정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건 테마에 맞나? 저건 어떻지? 하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처럼, 뭔가 목적을 갖고 고르는 즐거움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편의점 안에서 같은 계열 상품들을 비교하다 보면, 몰랐던 제품들도 발견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저는 그날 ‘말차 테마’를 했을 때, 말차 크림빵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CU였던 것 같은데요. 아무튼 그냥 즉흥으로 갔다면 절대 집어들지 않았을 제품이었는데, 테마 때문에 도전해보게 됐고 이게 진짜 맛있어서 지금도 종종 찾게 됐습니다. 테마 파티의 예상치 못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하나 좋은 점은 집에 돌아왔을 때 ‘세팅’하는 기분이 난다는 겁니다. 테마가 있으면 뭔가 작은 의식처럼 느껴지거든요. 말차 테마 날에는 일부러 초록색 손수건을 테이블에 깔아봤고, 초콜릿 테마 날에는 갈색 도마를 배경으로 썼습니다. 혼자 하는 파티지만, 이런 작은 준비들이 그날 저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테마 방식의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가장 컸던 건 뭔가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느낌이었어요. 편의점을 돌다 보면 “어, 저거 맛있겠다” 싶은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는데, 테마에 안 맞으면 참아야 하거든요. 저는 의지가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라서, 딸기 테마 날에 눈앞에 레몬케이크가 있으면 진짜 흔들렸습니다. 그걸 안 사고 나오면 왠지 아쉬운 마음이 남더라고요.
또 테마를 정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피곤한 날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오늘 테마 뭐로 하지?’ 하는 고민이 생각보다 에너지를 씁니다. 완전히 지쳐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날에는 테마 방식이 오히려 짐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이게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완벽주의 기질이 약간 있는 저 같은 사람한테는 특히 더 그렇더라고요.
B: 완전 즉흥으로 담는 편의점 디저트 파티 🛒
어쩌다 이 방식으로 가게 됐냐면
사실 즉흥 방식은 첫 번째 파티 때 자연스럽게 하게 된 방식이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편의점 들어가서, 눈에 예쁜 것, 먹고 싶은 것, 새로 나온 것. 생각 없이 담았거든요. 처음엔 이게 특별한 방식이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그냥 충동구매에 가까웠으니까요. 근데 테마 방식을 몇 번 해보고 난 뒤에 다시 즉흥 방식으로 돌아왔을 때, 이 두 가지가 주는 기분이 정말 다르다는 걸 확실히 느꼈습니다.
즉흥 방식은 편의점 안에서의 시간 자체가 좀 더 느슨합니다. 목적이 없으니까 그냥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구경할 수 있거든요. 저는 특히 신상 디저트 코너를 천천히 훑는 걸 좋아하는데, 즉흥 파티를 할 때는 이 구경하는 시간이 이미 즐거움의 일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즉흥 파티의 매력들
즉흥 파티의 가장 큰 매력은 완전한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콜릿 케이크 옆에 딸기 마카롱, 거기에 새콤달콤 젤리, 심지어 컵라면까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내가 먹고 싶어서 가져온 것들로 테이블을 채우면, 그게 그냥 저만의 파티가 되는 겁니다. 남의 눈치 없이 온전히 내 입맛대로, 내 기분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해방감을 주더라고요.
그리고 즉흥 방식으로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저는 한번은 바나나 우유랑 크림치즈 케이크랑 허니버터 과자를 같이 먹었는데, 이 조합이 의외로 되게 잘 맞았습니다. 어딘가 고소하고 달콤한 게 묘하게 잘 어울리는 느낌이랄까요. 테마 방식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조합이었는데, 즉흥이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던 행복이었습니다.
또 즉흥 파티는 특별히 준비할 게 없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테마 방식은 뭔가 정하고 가야 하고, 세팅도 맞춰야 하고, 살짝 준비가 필요한데요. 즉흥 방식은 그냥 편의점 들어가서 끌리는 대로 담고 나오면 끝입니다. 그 간단함이 바쁜 날, 피곤한 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날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즉흥 파티의 아쉬운 점도 솔직하게
즉흥 방식의 아쉬운 점은 뭔가 산만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눈에 보이는 걸 다 담다 보면 어느새 손이 가득 차 있고, 집에 와서 보면 너무 많이 사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즉흥 방식으로 갔을 때 항상 생각보다 두세 개씩 더 사오거든요. 혼자인데도 불구하고요. 그러면 다 못 먹고 남기는 것들도 생기고, 살짝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진이나 분위기 면에서는 테마 파티만큼 예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콜릿 옆에 빨간 젤리, 거기에 연두색 포장 과자. 색깔도 제각각이라 사진을 찍어도 어딘가 정신없어 보이거든요. 물론 그게 즉흥 파티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기록에 남기고 싶은 날에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직접 해보고 느낀 두 방식의 진짜 차이 ✨
테마 파티와 즉흥 파티를 번갈아가며 여러 번 해보니까, 가장 크게 다른 건 ‘편의점 안에서의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테마 파티를 할 때는 편의점 안에서 목적을 갖고 움직이게 됩니다. 테마에 맞는 걸 찾아다니는 그 과정이 뭔가 미션처럼 느껴지거든요. 나름의 긴장감과 재미가 있어요. 반면 즉흥 파티를 할 때는 편의점 자체를 산책하듯 돌아다니게 됩니다. 더 느리게, 더 자유롭게요.
기분 면에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테마 파티를 마치고 집에 오면 뭔가 성취감 같은 게 있어요. 내가 계획한 걸 실현했다는 느낌. 반면 즉흥 파티 후에는 그 성취감보다는 ‘편안함’이 더 크게 남는 것 같습니다. 어딘가 내가 오늘 나 자신한테 잘해줬다는 기분이랄까요.
먹는 경험 자체도 달랐습니다. 테마 파티는 하나의 흐름을 따라 먹는 느낌이에요. 예를 들어 말차 테마라면 말차라는 하나의 맛을 다양한 형태로 계속 탐색하는 느낌. 즉흥 파티는 반대로 매번 다른 맛이 나오는 게 재미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딱 잘라 말하기보다, 그날의 내 기분이 어떤 경험을 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실패했던 에피소드도 하나 있는데요. 한번은 테마를 ‘과일’로 정하고 갔는데, 그날 편의점에 과일 디저트가 생각보다 없었습니다. 딸기 하나, 복숭아 음료 하나. 이게 다였어요. 결국 테마를 포기하고 즉흥으로 돌아갔는데, 어중간하게 두 방식을 섞다 보니 그날은 왠지 어느 쪽 기분도 제대로 못 느꼈습니다. 방식을 정했으면 끝까지 가는 게 훨씬 더 만족스럽다는 걸 그날 배웠습니다.
어떤 분께 테마 파티가 맞는지 🎨
테마를 정해서 고르는 편의점 디저트 파티는 이런 분들한테 잘 맞는 것 같습니다.
- 뭔가 특별한 날을 만들고 싶은 분. 생일이 아니어도, 기념일이 아니어도. 그냥 오늘을 조금 더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은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에 테마 파티는 정말 잘 어울립니다. 작은 준비가 그날 저녁을 진짜 파티처럼 만들어주거든요.
- 인스타나 사진 기록을 좋아하는 분. 테마가 있으면 테이블이 예쁘게 통일되고, 사진이 자연스럽게 잘 나옵니다. 혼자 하는 파티를 예쁘게 남기고 싶은 분께 추천드립니다.
- 새로운 제품을 탐색하는 재미를 좋아하는 분. 테마를 따라가다 보면 평소에 안 집어들던 제품들도 도전하게 되거든요. 편의점 디저트를 ‘탐험’하고 싶은 분한테 딱입니다.
- 소소한 성취감을 원하는 분. 퇴근 후 뭔가를 계획하고 실현하는 경험. 아주 작지만 그게 은근히 하루를 뿌듯하게 마무리하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저처럼 일과 생활에서 작은 것들을 통해 충전하는 스타일이라면, 테마 파티가 그 충전의 방식으로 정말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 피곤한 날에는 테마 정하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 있으니, 그건 미리 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을 골라서 해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분께 즉흥 파티가 맞는지 🌙
반대로 즉흥 방식의 편의점 디저트 파티는 이런 분들한테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 완전히 지친 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날. 이런 날에는 즉흥이 최고입니다. 편의점 들어가서 그냥 맛있어 보이는 거, 예뻐 보이는 거 담으면 됩니다. 생각이 필요 없어요. 그 단순함이 때로는 제일 큰 위로가 됩니다.
- 예상치 못한 행복을 좋아하는 분. 즉흥으로 담은 것들이 묘하게 잘 어울릴 때, 그 의외의 기쁨이 테마 파티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작은 서프라이즈를 즐기는 분한테 잘 어울리는 방식입니다.
- 혼자만의 자유 시간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분. 즉흥 파티는 온전히 내 기분대로, 내 욕구대로 선택하는 경험입니다. 오늘 하루 많은 것들을 다른 사람 기준에 맞췄다면, 저녁만큼은 온전히 내 마음대로 해보고 싶은 분께 추천드립니다.
- 부담 없이 가볍게 소소한 행복을 찾는 분. 거창하게 준비하는 것 없이, 그냥 오늘 하루를 맛있는 걸로 마무리하고 싶은 분. 즉흥 파티는 진입 장벽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편의점 앞을 지나가다 들어가도 되는 방식이거든요.
마무리하며: 혼자 하는 파티도 충분히 근사합니다 🌟
저는 서른여덟 살이 되고 나서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게 꼭 누군가와 함께여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거요. 물론 같이 나누는 즐거움이 있죠. 근데 혼자서, 아무도 없는 집에서, 편의점에서 사온 디저트를 예쁘게 늘어놓고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먹는 그 시간. 이게 진짜 파티 아닌가 싶더라고요.
바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나 자신을 챙길 여유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밥도 급하게 먹고, 쉬는 것도 죄책감이 들고. 그런 나날들 사이에서, 편의점 디저트로 차리는 작은 파티는 제게 ‘오늘 수고했어’라고 나 자신한테 건네는 말 같은 것 같습니다.
테마를 정해서 정성껏 고르는 날도 좋고, 아무 생각 없이 끌리는 대로 담아오는 날도 좋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결국 목적은 하나니까요. 오늘 하루를 살아낸 나에게, 맛있고 달콤한 걸로 보상해주는 것.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혹시 오늘 퇴근길에 편의점 앞을 지나가게 된다면, 그냥 한번 들어가 보세요. 테마를 정해도 좋고, 그냥 끌리는 대로 담아도 좋습니다. 집에 와서 그걸 테이블에 늘어놓고, 조명 하나 따뜻하게 켜놓고 앉아보세요. 그 순간이 생각보다 훨씬 근사한 파티가 될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